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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윤 초대전 목록>
  • 기간2022.06.08 - 2022.06.19
  • 전시관갤러리 H 1관~4관
  • 작가최승윤

최승윤 초대전 <Message>

 

인류는 존재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까?

 

과거의 인류는 현재의 우리가 기록과 기억을 통해 증명해준다. 마찬가지로 현재 우리가 남기는 기록을 통해 미래의 인류는 우리를 증명해 줄 것이다. 공룡은 화석을 남겨 본인들의 존재를 인간에게 증명했고, 그 이전 미생물들도 화석을 남겨서 자신들의 시대를 증명했다.

 

하지만 공룡은 미생물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했다. 아마 지금 찾을 수 있는 미생물 화석보다 공룡시대의 미생물의 흔적이 훨씬 많았겠지만 지능이 떨어지는 공룡은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인류의 유의미한 기록을 길게 잡아 1만년이라고 할지라도, 공룡시대의 1000분의 1도 아직 살아내지 못했다. 수십억년 후 지구는 소멸될 것이고, 우리는 다른 별로 이주할 수도, 지구와 같이 사라질 수도 있다.

 

우리가 공룡이 지능이 없었다고 단정 짓는 이유는, 고차원적 사고력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뼈화석으로는 생물학적 추종과 생존했던 시기만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공룡은 인류 이전에 그저 지구에 머물렀던 하등생물로 인간에게 기억됐다.

 

인간은 무엇으로 기억되는가?

 

이처럼 증명이란 더 고차원적이거나 최소한 비슷한 수준의 지능을 지닌 문명이 존재해야 가능한데, 인류는 이를 위해 우주에 우리의 흔적을 보내기 시작했다. 인간의 모습, 인간의 언어, 소리, 수소 원소, 수학 등을 통해 지능이 있는 생물체가 지구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소망으로.

 

전 인류적인 기록이 아닌, 만약에 이 지구, 아니 어느 우주 공간에 내가 혼자 남게 된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나의 존재를 증명해줄 가족도, 친구도 없는 상태. 내가 지금처럼 글을 남긴다고 해도 인간이 아닌 존재라면 읽을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난 어떠한 생각의 구조를 지녔는가? 진한 색 옆에는 옅은 색을 쓰고, 굵은 면 위에는 가는 선을 쓰기도 하며 그것들은 서로 겹치기도 하고 따로 놓여있기도 한다.

 

먼 훗날, 우리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외계인이거나 인간보다 하등한 생물일지라도, 가장 근본적인 법칙을 담은 판단들의 기록은 내가 존재했음과, 고차원적 사고와 판단이 가능한 인류가 존재했음을 전달할 수 있다. 같은 나라,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끼리 느끼는 묘한 동질감과 같이 난 같은 우주에 존재하는 생물들과의 동질감을 표현하고자 한다.

 

오래되어 색이 바라거나, 먼지나 벌레가 붙어있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 넓은 우주에서 내가 잠시 살았다는 증명, 나는 이런 생각의 구조를 지닌 인간이었다는 기록, 난 그저 나를 증명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