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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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H_meeting room 571 141 813展 목록>
  • 기간2021.06.30 - 2021.07.05
  • 전시관갤러리 H 1 - 4 관
  • 작가금민정, 김은정, 김채린, 박가연, 송엘리, 윤희수, 이수홍, 이지훈, 정수용, 최수정, 허담

광장이 사라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만남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자유로울 수 있던 날들은, 벌써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비현실적으로 여겨진다.

만남보다 접속이 익숙해진 시대가 되었다. 물리적 공간의 약속으로 이루어지던 대면이 이제는, 화상회의의 즉각적인 룸 넘버 전송으로 이루어진다. 그리하여 우연적 만남과 이벤트는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저 전달된 코드로 접속할 수 있는 미팅룸에서, 계획된 인원과 주제들로 갇히게 된 것이다. 다양한 접촉이 말소되며 극대화된 개인의 시간 속에서, 변화된 우리의 삶은 모든 방면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과거부터 존재해왔던 막연한 미래의 생활상은 어느덧 현실의 순간이 되었다. 오로지 자신을 마주하는 상황으로 치환된 타인과의 시간은, 방 안에서 연결되는 개인의 화면 속에서만 이루어지게 될 뿐이다. 개인적 공간에서 접속되는 만남은 사적 공간을 공적인 열림으로 이끌기보다는, 그 순간조차도 우리를 단수적 행위자로 내버려 둔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의 삶은 무엇을 말할 수 있게 되었는가?

예술은 늘 인간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해왔었다. 하지만 담화의 장면이 만들어져야 성립되는 이야기들은, 작가들조차 처음으로 마주하는 단절의 시대에 그 방향을 고심하게 된다. 고립되고 격리되는 것이 공존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역설이 되어버린 이때에, 교류와 발표의 장으로서의 공동체는 당연하게도 희미해졌다. 그 자리는 오직 고립된 자신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가상의 연결로 대체되었을 뿐이며, 지금의 작가들에게 논의해야 할 지점들을 과제로 남긴다.

지금까지의 팬데믹 통제 속에서 체감되는 현실의 문제들은, 10인의 참여 작가들에게 있어서 현재라는 시제를 초월하여 미래를 바라보게 만드는 과정이었다. 유리된 환경에서 행해지는 작업들은 이전보다 개인의 사유를 더욱 심도 있게 다룸과 동시에, 멀어져 가는 사회의 정체성을 추적해나간다. 그렇기에 수많은 기술 매체의 대안 제시 속에서도, 필연적으로 작가들의 결과는 현실 그 자체로서의 우리 삶과 조응할 것이다. 매 순간 홀로 서있는 듯한 감정 속에서도 예술의 에너지는 끊임없이 생을 지속해온 유기체와도 같아서, 결코 정형화되지 않고 단절될 수도 없다. 현재의 우리가 고립으로부터 탈주하기 위한 노력을 다방면으로 보여주고 있듯이, 작가들의 작업 또한 가상처럼 느껴지는 개인의 방에서, 타자와 교류할 수 있는 만남의 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비정형적 방법론들을 논의한다. 그러한 행위는 단절된 각자도생으로서의 사회가 아니라, 공동체로서의 삶을 분유(分有) 하는 현대인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meeting'을 이뤄내기 위한 시도로 귀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