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영 개인전 목록

• 기간2016.09.28 - 2016.10.18
• 전시관제 3,4관
• 작가장태영

작가노트

붓을 잡고 있는 손이 일정하고 연속적인 패턴을 만들어 가다, ‘무엇을 그리고 있나?’ 보다 ‘왜 그리고 있나?’라는 자문이 많아지는 새벽 두 시 즈음,  늘 그렇듯 켜 놓았던 라디오에선 사연을 보내달라는 DJ의 멘트가 귀에 들려오기 시작한다.  시계의 용도로 변경된 라디오방송, 일상이란 패턴의 반복에 무감각해져버린 시간이기에 피우던 담배를 털어내고 다시 붓을 드는데,  Edith Piaf 의  “ Non, je ne regrette rien (아니야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 노래가 들려온다. 동시에 내 머릿속엔 Christopher Nolan 감독의 “inception”이란 영화의 장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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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겁과 같은 찰나의 순간 속에  내가 만들어 놓은 인식이 의식을 만들고 그 의식의 위계에 따라 또다시 나를 만들어가는 것, 연속되고 층위적인 인식으로 만들어져가는 하나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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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쁜 기억을 툭 내뱉어버리곤 물끄러미 정지해버린 내 손끝을 바라봤다. 

‘시커멓게 먹 때 낀 손’  이미지가 또다시 일상에 저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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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에게 있어 작업은 일종의 의식화 되어버린 일상을 축적하는 행위이며, 그 행위 과정에서 얻어지는 ‘잊혀짐’을 가지고 기존에 자리 잡고 있던 의식을 재구성하고 있다. 단지 그 내용이 무엇인가보다 그 행위를 통해 얻어지는 어떤 상태나 그 의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을 기반으로 감각이 근거가 되어 생성되는 인식이라는 것이 의식화 되면 때론 비슷한 조건에서 현실과 동기화 되어 반응되곤 한다. ‘서로 다른 사물의 인식들로 만들어지는 하나의 기억’ 과 ‘의식’ 나는 이것을 화두로 일련의 작업과정 속에서 ‘결’의 의미를 도출해 냈다.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는 나의 ‘결’은 나라는 존재로부터 생성되었고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아니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나로 인해 반응된 사건과 사물의 선별적 인식이 내게 축적되어가면서 생성된 생의 흔적이다. 그 흔적은 절대적 또는 상대적인 외부의 광범위한 정보(signal)를 받아들이는 나만의 분석체계(code)로 활용된다. 그 후 얻어진 결과를 다시금 의식에 축적하여 연속적으로 삶 전반에 반영시키고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결국 ‘결’은 ‘生(live)’ 또는 ‘自我’란 포괄적 의미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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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 ‘어떻게’ 라는 물음에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겼음에도 웬일인지 그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이쯤 되니 어김없이 “왜”라는 물음이 또다시 밀려온다.
 ‘why?’ 즉 어떤 현상이나 결과 그리고 행위의 원인이나 의도에 대한 물음은 현상너머에 있는 원초적인 것에 대한 인간의 욕망 때문일 것이다. 내 작업을 칭하는 ‘결’이라는 것을 단순히 나란 존재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그 결과가 이런 것이다 라고 둘러대기 싫은 이유는 그나마 남아있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일 것이다.
화가라는 호칭으로 살아온 퍽퍽한 인생에서 누군가 던진 비슷한 물음에 그나마 그럴싸하게 남들에게 둘러대던 변병과 같은 말들이 입가에 맴돌지만 나도 모르게 뱉어내고 있는 혼잣말은 그 생각보다 빨랐다, “사는 동안  좀 더 좋아 지겠지”, “ 더 좋아 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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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이란 결과 즉 ‘상 너머에 드러나는 상’에 목적과 의도(why?)가 무엇인가?
반복된 행위 안에서 생성되는 스스로의 의문이 동기가 되어 “code of chaos - 瑞祥”이란 주제를 만들어 냈다. 
瑞祥은 ‘결’을 전제로 스스로 던진 ‘왜’라는 다중적인 의문에서 파생된 개념이며, 그 ‘결’의 목적성과 정당성을 구해봄으로써 ‘나’를 찾아가는 지긋지긋한 그 과정에 대한 답을 제시하려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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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들 ‘祥瑞-상서롭다’라고 할 때 쓰는 단어와 유사한 ‘瑞祥’은 상서로운 동물들이나 별자리등과 같은 현상을 근거로 ‘영험함’, ‘신비로움’, ‘신성함’을 유도해 내려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며, 古代에는 왕이나 왕자의 盛德을 의미하기도 해서 災異설과 혼용하여 백성을 다스리려는 정치가들의 비상식적 정치논리의 근거로 사용되기도 했었다. 이처럼 瑞祥은 기본적으로 ‘상서로운 조짐’ 또는 ‘어떠한 사건이 일어날 듯함’과 같은 현재의 불확실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원초적인 심리상태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기대치- 欲’ 이다.
 어떤 신호(정보)에 대한 無知 또는 無名의 상태 - chaos의 상태에서 인간은 이를 받아들이기 위해 기존에 생성되어 있는 모든 인식정보를 종합하여 그 상태를 해결하려는 가장 근사치에 해당하는 답(感)을 제시하려 한다. 이는 새로운 정보에 대한 알맞은 code를 생성해 내려는 일종의 생존력 또는 본능이다.
 현재의 나에게 아직 확정되거나 분별되지 않은 불확실 또는 불규칙한 신호(signal)에 대응하기 위해 발현되는 초기 code에 ‘조금 더 나은 (the better - hope)’것을 바라는 것 역시 인간의 본능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통해 생성된 새로운 code로써 또는 이것이 기존의 code에 영향을 끼쳐 생성된 변화를 근거로, 인식경계 또는 그 영역너머에서 보내오는 신호(signal)에 반응(觸-event)하여 생을 영위해 가는 것,  이것이 瑞祥(code of chaos)이다.
 결국 瑞祥은 ‘생의 선율 위에서 스스로 존재되기 위한 또한 존재가치를 드러내기 위한 최소한의 인식 개념’이며, 현재의 내가 생을 근거로하는 연속적인 행위(삶)에서 최소한의 확장 또는 변화를 통해 그 생을 영위케 하는 원초적인 근거이자 solution으로 이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