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영 개인전 목록

• 기간2020.02.19 - 2020.03.03
• 전시관전관
• 작가장태영

길(道)을 찾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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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영(경기문화재단 책임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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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의 스마트 기기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최단 거리를 통해 논리적인 경로를 제시한다. 우리의 일상에 편리를 위한 다양한 앱과 맵(map)을 제시하여 편리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감성적인 멈춤, 주변의 풍경, 관계를 빠르게 지나치게 한다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목적’을 위한 최적화된 수단으로는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목적성을 위해 다양한 방법의 도움과 직관적인 모습이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으로 남게 되는 것이 씁쓸할 뿐이다. 인간의 걸음을 대체하는 많은 기계는 우리들의 행동을 무한하게 변화하였다면, 순간의 감성을 멈추게 하는 요건으로 만들어버렸다.

개인적으로 기계적인 윤택함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순간’, ‘멈춤’, ‘정지됨’에서 찾아오는 인간적인 감성을 잃어버리는 것에 안타까움이라고 하자. 현대를 살아가는 작가에게는 ‘예술’이라는 확장을 위해서는 필요한 ‘순간’, ‘정지’들이지만, 이를 기록하고 시각화하는 것은 보통의 현대인들과는 다른 사고와 행동을 해야 하는 이유를 만든다. 나와는 다른 행동은 비정상적인 행위의 결과로 보이지만, ‘예술’이라는 행태로 보호받고는 한다. 특히나 ‘전통적인 회화’를 다루는 작가로서는 현대인 속에 살아가는 ‘무인도’ 같은 존재로 보이고는 한다.

전통회화의 기법과 사고, 대상에 대한 시선은 이러한 현대인의 시선에는 너무나 느리고, 정지되어 있으며, 발전적이지 못하며, 오래된 화석 같은 존재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전통적인 회화를 다루는 작가는 현대인을 살아가는 사람 중에 하나라는 사실을 잊고는 한다. 그것이 단지 전통적인 재료를 사용하고, 회화 기법적인 표현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현대 한국의 전통회화기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지금과는 다른 무엇인가는 고집하는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다. ‘목적’을 위해 직관적이고 논리적인 행동들을 선택하지 않고, 스스로를 멈추고, 정지된 사고 안에 담아내는 사람들로 평가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전통적인 고집이 현대인답지 못하다는 우리가 만든 편견이 아닌가에 대한 의심은 없다는 것이다.

장태영은 현대를 살아가는 전통회화를 표현하는 작가이다. 아직도 전통적인 기법을 통해 스스로를 표현한다. 고집스럽다. 그렇다고 상투를 틀고 뒷짐을 지으며 걸어가는 사람은 아니다. 남들과 같이 차를 타고, 운전하고, 스마트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며, 컴퓨터를 이용해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저 전통적인 기법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만 다르다. 전통적인 기법이라는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리는 행위’의 일부분이다. 10여 년을 넘는 시간 동안 작가를 지켜본 필자로서는 전통이라는 회화에서 다양한 변화, 행동들, 그리고 작품들을 남겼다. 작가의 작품이 ‘순간’과 ‘멈춤’을 통해 시각화한 현대적인 작품이라는 것을 애써 외면한다면, 극히 전통적인 작품이다. 다른 면으로 전통적인 기법으로 그려진 회화작품을 바라보는 관람자의 태도가 문제일 수도 있다. 전통적인 소재의 작품이라는 틀을 관념적으로 바라보거나 이해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작품이 그저 그려진 회화, 이미지, 전달매개체라는 생각보다는 관념적인 ‘전통’이라고 단정 짓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2020년을 시작하는 작가의 작품은 ‘현대 or 전통적이냐’ 것에 대한 물음에 더 적극적으로 전통적으로 접근하였다. 다시는 전통적인 접근은 불허하겠다는 태도로 집요하리만치 전통적인 기법들을 채택하였다. 이전에 보여주던 화면의 극대화, 생략, 구상은 찾을 수가 없다. 이제는 여유로운 공간도 보이지 않는다. 작가 스스로는 이러한 작업은 전통적인 기법의 관념적인 형태를 더 채우고, 매우며, 덮어버리는 작업이라고 한다. 덮는다는 것은 다시 지운다고 할 수 있다. 익숙하게 보이는 화면 이미지를 애써 덮어버림으로써 나오는 중첩과 겹침이 본래 이미지를 없애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작가는 화면 안의 풍경 혹은 구체적인 이미지가 나열되는 것보다는 지워지는 형태를 통해 직접적이고 단순하게 전달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본다.

우리는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서 작가가 전적으로 모든 것을 제시하고 설명하기를 기대하는지도 모른다. 보는 사람의 사고와 이해가 자유로워야 하는 것은 잊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전통이던지, 추상이던지, 구상이던지 간에 말이다. 그저 작가가 제시한 단어들을 고정된 틀 안에서 보고 느끼려고 한다. 이번 전시의 장태영 작가는 관람자의 사고를 조금은 자유롭게 변화할 수 있게 유도하는 매개자이지 거대한 회화 담론을 제시하는 작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