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다는 것

구멍이 뚫리거나 쭈구러진다는 것

그것은 단지 우리에게서

다른 모양으로 보일뿐

그것은 깊은 바닷 속 물고기처럼

지느러미 하나라도 잃지 않고

이세상 구석구석 살아가며

끝없이 파란 불꽃을 퉁긴다 

  _부서지지 않으리, 김준태

작가노트

대학시절의 기억이다

한밤중에 우연히 내 발 밑으로 지나가는 바퀴벌레를 무심코 때려잡은 적이 있다

처참히 짓이겨진 바퀴벌레를 보면서 한순간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잊히는 것들에 대한 사색이 시작되었다.

세월이 흘러 나는 어느 바퀴벌레의 죽음을 잊었다고 생각했다.

몇 년 전 강원도의 한 산골에서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솔밭을 발견하였다.

오랜 시간을 두고 쌓여진 것들의 아름다움에 넋이 나가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쌓인 솔잎 사이사이에 새로운 생명이 자라고 그 위로 또 죽은 솔잎들과 솔방울들이 쌓이고 그걸 뚫고 또 생명이 움트고 반복 속에서 그곳은 마치 영겁의 세월을 사는 듯 했다.

젊은 시절 나에게 짓이겨진 바퀴벌레의 죽음이 다시 떠올랐다.

나는 하찮고 사소하고 보잘것없어서 역사 속에서 흐지부지 사라져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싶어졌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 흩어졌다가 모여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깊이감이 더해지는 그 내부의 생명력과 그들만의 보금자리를 오래된 솔밭을 통해 표현해보고 싶었다.

햇빛에 바싹 마른 나뭇잎은 밟으면 부서져 자신의 형체를 잃고 말지만 소나무 그늘에서 쌓여진 솔잎들은 습윤한 기운을 머금고 밟아도 밟혀지지 않는 특유의 탄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네 인생도 그랬으면 좋겠다.

밟아도 밟히지 않으면서 각자의 고유성을 지켜내는 건강한 개인의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그림을 보면서 그렇게 위로의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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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대학입학이 내 인생의 분수령이 되었다

드디어 30여년의 기다림 끝에 나의 미술공부는 시작되었다

나는 완두라는 아이로 미술세상에 나오고 싶었다

완두는 52년의 세월을 담아 그림이라는 매개체로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한다

또한 완두의 그림세상에 사닥다리를 놓아주신 집갤러리의 장태영&변내리작가겸 교수님들께 감사드린다 이분들은 그림선배이자 스승이고 그림엄마아빠이기도 하다

올해 80을 맞는 친정아버지에게 효도하는 마음으로 이번 전시를 강행하였다

나는 이번 첫 개인전을 통하여 늘 배우고 창작하는 작가가 될것이다

그리고 늦은 나이에 입문해서 특히나 젊고 유능한 젊은 작가에게 폐가 되지 않는 푸근한 엄마작가가 될것이다

2018년 딸아이 미술대학 입학

2018년 3월 홍익대평생교육원에서 미술공부시작

4월 캐릭터 완두구상

6월 인물완두와 캐릭터완두 스토리완두완성

2018년 7월부터 갤러리 Zhip에서 작품 활동 시작

2018년 8월 솔밭배경시리즈 제작 시작

2019년 6월 첫 개인전 인사동 H갤러리

E-mail bumju8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