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데뷔하는 방송인 이상벽씨

  방송인 이상벽 씨(61)가 일을 냈다. 남들은 인생 이모작하기도 힘든 환갑을 맞은 나이에 인생 3모작에 나섰기 때문이다. 신문기자, 방송인에 이어 사진작가로 전향을 선언했다.

  이씨가 5일 사진작가로 데뷔하는 개인전 개막식을 갖는다. 기존 사진작가들도 아직껏 사용해 보지 못한 서울 광화문 한국언론재단 1층 서울갤러리 1ㆍ2관을 모두 사용한다.

  2005년 KBS `아침마당` 프로그램 진행을 그만둔 해부터 1년8개월 동안 찍은 2만여 점 가운데 70여 점을 선보인다. 여가를 살려 취미로 찍은 작품이 아니다.

  전시회를 앞두고 매일경제 편집국에서 만난 이씨는 "이렇게 힘들 줄 몰랐지만 이젠 무척 행복하다"고 말했다.

  "동트기 무섭게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하루에도 몇 구비씩 산허리를 돌아 개울을 건너며 쉴 틈 없이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 발에 물집이 잡히고 사타구니엔 번갈아 가래톳이 섰고 코피를 쏟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

  이씨는 "나머지 인생에선 방송보다 사진 작업에 주력할 예정"이라며 "뉴욕에서 활동 중인 김아타 씨가 받아준다면 그곳에서 6개월 동안 조수 노릇을 하며 작가로 훈련을 더 받고 싶다"는 포부까지 내비쳤다.

  이씨가 이번에 발표하는 작품 내용은 `내 안에 있는 나무 이야기`다. 나무를 소재로 찍되 이야기가 있는 나무를 골랐다고 한다. 모두 수동카메라 작품이며 노 트리밍(현장 그대로), 노 필터(자연색 그대로), 노 후드(잡빛도 그대로) 원칙으로 제작됐다.

  1년8개월 만에 이렇게 방송인이 사진작가로 거듭나는 것이 가능할까. 왜 쉬운 길을 버리고 어려운 길을 자초했는지 궁금한 구석이 많다.

  "고등학교 때도 미술부에서 활동할 정도로 미술을 좋아했고 홍익대 미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미술학도였습니다 ." 그는 "중견 방송인으로 활동할 때도 방송ㆍ연예계 후배들을 모아 사진동아리 줄반장 노릇도 했다"고 한다.

  "방송을 그만두고 6개월간 쉬었습니다 . 정치를 준비한다는 등 근거 없는 악성 소문이 난무하더라고요. 원래 전공했던 미술을 하고 싶어 화실도 내고 친구인 이두식 홍익대 교수에게 자문도 구하면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 그림 화면용으로 사진을 찍다 우연히 DMZ 사진작가 최병관 씨를 알게 됐고 그에게서 혹독한 수업을 받으며 사진작가의 길로 나섰습니다 ."

  최씨는 무척 어려운 조건을 제시했지만 기꺼이 수용하면서 감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씨마저 이젠 자신에게 "당신은 뭐든지 해도 될 사람"이라며 자신의 투철한 프로의식에 감복한 말까지 들었다고 전해 준다.
  이씨의 작품성에 대해 이두식 교수도 A플러스다.

  "나무가 주제지만 당장 앵글부터 여느 작품과도 다르며 섬세하고 아름답다"며 "평범 속에 비범을 찾는 이상벽만의 특별한 솜씨와 깊은 심미안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의 작품에 감동한 박기정 전남일보 사장은 25일부터 전남일보 창간 기념 기획전까지 마련해 이씨를 초대했다.

  그는 모든 자연이 소재의 보물이라고 말한다.

  "너무 보물 같은 소재가 많아요. 그래서 나무를 소재로 한정했을 뿐입니다. " 이씨는 "사진을 찍다 보니 보물을 발견하면 찜해 두는 도둑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고 말한다.

  이씨는 그동안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앞으로 소외된 공간을 찾아가 음악과 시가 흐르는 가운데 사진을 환등기로 비춰 주는 스틸 쇼를 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 내비쳤다.

[한배선 기자 / 김성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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