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와 자색양배추밭 사진(한경면).

모종 심기를 막 끝낸 양배추밭 사진(애월읍)

‘제주 밭’ 주목한 사진가 조의환 전시회

서울 금보성아트센터서 이달 30일까지

제주의 독특한 땅과 밭의 형태, 빛과 그림자를 눈여겨본 사진작가가 있다. 2002년부터 제주를 들락거리다 2013년 제주로 터전을 옮긴 뒤 제주의 밭 사진을 찍고 있는 조의환씨다. 조씨는 1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금보성아트센터에서 ‘밧디 댕겨왔수다’라는 전시를 열고 있다. ‘밧디 댕겨왔수다’는 제주 사투리로 ‘밭에 다녀왔다’는 뜻이다. 전시에선 조씨가 촬영한 제주의 밭 사진 71점을 볼 수 있다.

조씨는 제주도민이 되면서 객(客)으로 보았던 ‘아름답고 이국적인 제주’ 너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제주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제주의 농사라고 해봐야 감귤농사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보리·콩·양배추·브로콜리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작물이 밭에서 자라는 것에 놀랐다. 또 제주의 흙은 모두 검은 줄 알았는데 붉은색, 누런색, 밝은 은회색 등 지역마다 색깔이 다르다는 것에도 놀랐다. 다양한 밭의 색감과 질감, 철 따라 변해가는 작물의 모습이 ‘한편의 서사시’ 같음을 느꼈다. 그는 제주의 밭을 돌면서 제주의 가장 큰 경쟁력은 농사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제주 농사의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그는 밭의 조형미를 사진이라는 시각언어로 치환했다.

조씨는 “간결함과 새로운 시선이 이번 사진전의 출발점이고, 검고 주름진 얼굴의 농부들에게 드리는 감사와 경배하는 마음이 종점”이라며 “이번 작업을 통해 제주 농사의 가치를 알리고 농부의 땀에 대한 조그만 보답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조의환의 제주 스케치’ 30점도 함께 선보인다. 이 작업은 조씨가 2014∼2015년 제주 사진에 짧은 글을 곁들여 <조선일보>에 연재한 내용이다.

조씨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사진디자인 전공을 수료했다. 엘지애드와 <월간마당> 등에서 디자이너와 아트디렉터로 일했으며 <조선일보> 출판국 미술부장, 디자인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김도웅 기자 pachino8@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