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회 전기학위수여식 총동문회장상 수상자_ 게임그래픽디자인 08 심연

우선 부족한 저에게 이런 영광을 허락하신 점,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런 저에게 항상 끊임없는 기대와,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주시는 부모님께 감사해서라도 욕심냈던 자리였지만, 저와 함께 우리 홍익대학교를 졸업하신 분들 중에서는 저보다 훨씬 어울리는 자격을 갖추신 분들이 분명 많았을 것임에, 더더욱 죄송한 마음, 감사한 마음 늘 간직하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특별히 회사나 프로젝트에 몸담고 있는 것은 아니고,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사를 졸업하고도 제가 좀 더 공부하려고 하는 이유는, 평생을 걸어 이루고 싶은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형태가 명확하지 않아서 추상적으로 말씀드릴 방법밖에 없지만, 저는 상처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마음의 흉터를 누군가에게 드러내고, 다시 도려내지 않아도 되는 기술을 평생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개발해 보려 합니다. 치유 받기 위해 싫은 기억을 억지로 떠올리고, 입에 올리고, 혹시 상담자가 내 비밀을 발설하지 않을까, 나를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방법을, 저는 제가 학사시절 전공한 분야에서 티끌만큼 작지만 그래도 분명한 가능성을 찾았습니다. 

환하게 밝혀져 있는 길도, 이정표가 있어 꾸준히만 걸으면 되는 길도, 심지어 누가 먼저 가본 길도 아니다 보니, 언젠가 걷다 보면 유리문에 가로막혀 좌절할지도 모르고, 우여 곡절 끝에 길 끝에 도착했을 때 분명 본 줄 알았는데, 내가 기대했던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해서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고, 분명 언젠가는 선택하지 않았던 꿈에 대한 후회를 곱씹을 날이 올 거라는 확신에 가시밭길이든 자갈밭길이든 한번 가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그 길은 복합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지금 저는 학사시절 전공했던 분야와는 또 다른 분야를 전문적으로 배우려면 통과해야 하는 과정을 위한 도움닫기를 하고 있습니다.  

보통은 뜬금없다고 생각할 만 한 분야를 넘나들고 있고, 도대체 앞으로 얼마나 더 공부해야 할지, 이런 상황을 얼마나 더 반복해야 할지 가늠해 보기도 무섭지만, 가 보기로 했으니까, 내가 도착하지 못한다면 그 꿈길을 이어서 걸어가 줄 누군가를 위해서 시작이라도 하자는 각오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건 분명 제가 아니면 시작할 수 없는 일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라도 꼭 시작해보려 합니다. 유리벽이 나오면 돌아가지요. 막힌 길이 나오면 다시 가 보면 되지요. 그렇게 생각하고 천천히 아주 조금씩 하지만 분명히 앞으로! 

하지만 지금 부끄럽게도 생계를 겸하지 않고 공부하는 것은, 쉼 없이 나를 찾느라 잘 닦인 길이나마 달려왔으니 비포장도로를 가기 전에 조금 숨 좀 돌리고 쉬어가자, 하는 안일한 마음도 분명 이유이지만 말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말씀 드린, 저기 지평선 너머, 길 너머에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제 보물 상자를 향한 길에 대한 이야기는, 대학시절 제게 가능성을 심어주고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 학교 안의 모든 교수님들과 학우 분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먼저 사회에 나가 먼저 시도하고, 넘어져도 본 경험을 그대로 후배들에게 전달해주려고 노력해준 선배님들이 없었다면, 찾아내지 못했을 길이었을 것입니다. 

미리 사회로 나간 선배들이 나에게 그러했듯, 홍익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시절을 기반 삼아 나도 누군가의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도록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꿈을 심어준 대학시절, 목표를 다지고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를 심도 있게 수학 할 수 있었던 점도 큰 보람이자 소득이지만, 그 못지않게 크게 배운 것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하면서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하나의 진짜 어른이 되기 전에 미리 행동과 책임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미래, 자신의 꿈을 책임질 수 있는 진짜 어른, 진정한 사회인이 되기 위해, 그리고 모교의 이름을 부끄럽게 하지 않기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나아가겠습니다. 

앞으로 사회에 나아가는, 혹은 이미 나아간 홍익대학교 동문 여러분 모두의 앞길에 축복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