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되돌아보면 어렵고 힘든 시절이 가장 아름답다

전남 곡성의 가난한 농가에서 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나는 중학교 진학도 못할 가정형편이었지만 뜨거운 학구열 덕에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도심에서 동생들과 자취를 하며 중․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우리은행에 입사했지만, 배움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으면서 1981년 홍익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아내와 두 딸, 세 명의 동생을 거느린 가장으로서 나에게 하루는 너무나도 짧았지만, 하루 24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어 최선을 다하다 보니 학교에서는 장학금을 받고 회사에서는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학교 도서관으로 나가 공부를 했는데 아내는 두 아이와 함께 도시락을 들고 찾아오곤 했다. 언제나 시간에 쫓기는 가장이었기에 온 가족이 교정에 앉아 도시락을 먹던 그 짧은 시간이 유일한 가족 나들이었다. 되돌아보면 지금까지 수많은 시련과 고비를 마주할 때마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바로 이 힘들었던 시절의 기억이었던 듯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쉼 없이 노력하여 목표를 이룬 그때야말로 내 인생의 황금기였다.

◇◆ 꼴찌도 1등으로 만드는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다

신한은행으로 직장을 옮긴 후 23년간 23번의 인사이동을 했으니 1년에 한 번 꼴로 지점을 옮긴 셈이다. 내가 불려간 곳은 대부분 사고가 많거나 성과가 꼴찌인, 문 닫기 직전의 지점이었다. 나는 폐점 위기에 처한 지점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마음으로 고객에게 다가갈 방법을 고민했다. 당시 은행은 사회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었고 은행원은 일반적으로 세련되고 차가운 이미지로 통했지만, 나는 그 차가운 이미지를 따뜻하게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바쁜 상인들을 위해 시장에 동전 교환기를 끌고 나가 동전 교환을 비롯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으며, 거래처를 방문하면 사장부터 사원까지 모두 작업복 입는 것을 눈여겨보았다가 나 또한 점퍼에 운동화 차림으로 그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고객들도 점차 마음을 열었고, 이러한 변화로 만년 꼴찌 성적을 기록하던 신한은행 남동공단지점이 대한민국 은행 중 중소기업에 가장 서비스를 잘하는 ‘중소기업청 선정 최우수 지점’으로 선정되는 등 위기의 지점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나는‘꼴찌도 1등으로 만드는 미다스의 손’이 되어 있었다.

◇◆ 하는 일이 즐거우면 인생도 즐거운 법

고객의 마음을 얻고 나니 직원들이 눈에 들었다. 오랫동안 어려운 시간을 보낸 지점의 직원들은 공통적으로 사기가 크게 떨어져 있었기에 리더로서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은‘즐거운 직장’을 만드는 것이었다. 업지락생지락(業之樂生之樂)이라던가. 하는 일이 즐거우면 인생도 즐거운 법. 우선 직원들이 작은 목표를 달성하는 기쁨을 경험하게 한 후, 점차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했다. 결국 직원들 스스로 직접 세운 꿈을 위해 스스로 일하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만년 꼴찌 성적을 기록하던 지점은 1년 6개월 만에 영업 부문 종합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하였다.

◇◆가치있는 인생은 올바른 꿈에서부터

요즘 1~2년차 사원들은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고 한다. 과연 우리가 품었던 꿈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었을까? 한 학생이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변호사’라고 대답했다고 하자. 그 학생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여 변호사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흘러 반복되는 일에 싫증이 났고 변호사로서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왜일까? 사람들은 보통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직 (職)’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직’이란 갖게 된 순간 기뻤을지언정 시간이 지나면 지옥이 되기 십상이다. 우리는 꿈을 세울 때 ‘업(業)’을 먼저 생각해야할 것이다. 앞의 예와는 달리 학생이 자신의 꿈을‘사람들의 억울한 일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해결하는 변호사’라고 답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 이렇듯 꿈에는 의미와 가치를 넣어야 한다.

◇◆ 득심, 마음을 얻고 사람을 얻는 일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력은 물론이고 주변의 도움도 필요하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 내 꿈에 동참시키고 모두와 함께 꿈을 이루어가는 것이 바로 득심이다. 득심에는 심지행(心知行)의 단계가 필요한데, 심(心)은‘먼저 주려는 마음’이다. 30만 주면서 70을 받고 싶어 하면 그 관계는 곧 와해되지만, 70을 주고 30만 받으려고 하면 어떤 사람과도 행복할 수 있다. 지(知)는‘상대가 원하는 바를 아는 것’이다. 상사가 일을 잔뜩 시켜 놓고 고생했다며 삼겹살에 소주를 사 주었을 때, 그는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할지라도 직원들은 빨리 집에 가서 개인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행(行)은 ‘지속적인 실천’이다. 딱 한 번 베풀고 자기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면 욕심이 많은 것이다. 사람의 마음도 물처럼 끓는점이 있으니 상대의 마음이 감동의 임계점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해서 베푸는 마음을 실천해야 한다.

◇◆ 꿈 전도사를 꿈꾸다

내게 새로운 꿈이 있다면‘꿈을 갖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당연한 이치를 후배들의 마음속에 심어주는 것이다. 우리 젊은 홍익인들은 인생을 만들어 가는 도구로 돈과 명예가 아닌 꿈과 열정을 사용하는 방법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꿈이 자라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인정, 도움이 필요하다. 내가 다른 이의 꿈을 이렇게나 최선을 다해 응원하는 것도 나의 꿈을 응원해 준 이들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서일지 모른다. 지금 꿈꾸기를 멀리하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잊고 지내던 꿈을 상기시켜보길. 자녀와 후배들에게 꿈의 소중함을 심어주는 일에 동참해 주기를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