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승 동문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화려하다. 세계적인 미국 기업 GE(General Electric)의 수석 엔지니어, 한국인 최초 수상, 상금 1만 달러 전액 모교 홍익대학교에 기부···, 그러나 오늘만은 이 모든 수식 어구를 떼어내고 홍익인 VS 홍익인으로 그를 바라보고자 한다. 홍익인 김호승 동문이 만들어가는 즐거운 세상 이야기, 그리고 그가 추가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 GE 에디슨 파이오니어 어워드 ( GE edison pioneer awaed): GE의 창립자이자 발명왕 에디슨의 혁신 정신을 이어 미래 기술의 진보와 활력을 불러올 기술 및 제품 개발에 이바지한 중간 경력의 엔지니어 및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 ○ 사소한 배움일지라도 살다보면 그것이 유용하게 쓰일 때가 많다. 이러한 생각으로 현재를 살아간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더라도 매순가 발전하고 있는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 가지만 잘해서 인정받는 시대에서 융 · 복합적인 사고력을 요구하는 시대로 변화한 지금 우리는 더욱 열린 마음과 시각으로 세상을 마주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장학금이나 학점 따기에 연연해하기 보다는 제가 접하는 다양한 분야에 무한한 호기심으로 정신없이 학창시절을 보냈죠. 홍익대학교 기계과로 진학했지만 컴퓨터 소프트웨어 분야가 재미있어서 컴퓨터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동아리 선배의 눈에 들어 컴퓨터공학과 교수님의 연구를 도우며 프로그래밍과 캐드를 배우게 되었어요. 그뿐 아니라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아 미대 디자인 수업을 틈틈이(?) 도강하기고 했어요. 홍대를 다니면서 배울 수 있는 한 많이 배우려고 노력했고 또 그런 환경이 가능했던 모교에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르바이트도 정말 다양하게 많이 해본 것 같아요. 음향 엔지니어부터 호텔 서빙 아르바이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경험들과 홍대에서의 다양한 배움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요즘 창조경제라는 단어가 화두로 많이 회자되고 있는데, 제가 생각하는 <창조경제 시대>의 시작은 개발자 중심이 아닌 사용자 중심으로의 생각 전환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 가지만 잘 하는 것으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발전해 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업에 종사하더라도 고도의 경쟁 시대에 보다 더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경험에 도전해보는 정신이야말로 중요한 것 같습니다.

● ○ 언제나 흥미로운 일을 찾았다. 하지만 막연히 재미있는 일을 찾기보다는 나를 발전시키는 일을 할 때 비로소 일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날, 부서를 옮겨 편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관리자로 편하게 사는 것보다는 현장의 엔지니어로서 고생스럽지만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

졸업을 하고 재밌어하던 게임 회사 입사를 시작으로 IT벤처 회사를 세우고 연구소장을 맡게 되기까지 당시 나이가 서른 후반, 연구소장이라는 타이틀을 일찍이 달았지만 그 타이틀의 번듯함에 비해 하는 일은 흥미롭지가 않았습니다. 일에 대한 열정에 대한 목마름이랄까요? 다시 한 번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일에 도전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스스로 한국 기업 문화에 갇히는 것 같아 외국계 기업으로 눈을 돌린 것이 GE입사로 연결되었습니다. 현재는 GE의 가전 사업부 부장으로 Principal Engineer Electronic User Interface의 직책을 맡아 주로 가전제품과 사람이 서로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등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관련한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번은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매니저로 부서를 옮길 기회가 있었지만, 고생스럽더라도 고민하며 연구하는 엔지니어로서 일하고 싶고 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 ○ 바람직한 엔지니어의 자세는 관심분야가 넓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자나 전기, 기계뿐만 아니라 문학이나 음악, 예술을 포함하여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면 사회가 원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사람의 삶에 관심을 갖고 사람에게 필요한 기술을 만드는 엔지니어야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엔지니어다.

GE에 입사하여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간에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문제를 몸소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이너는 엔지니어에게 기술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것을 요구했고, 엔지니어는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에 대한 제약을 걸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니 일의 진행은 늦어지고 커져가는 서로 간의 마찰은 예상되는 수순이었죠. 저는 개발 전 단계에 있어서 의사전달 방식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예전에 다니던 게임 회사에서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던 경험을 살려 모의실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서로 낸 아이디어를 입력하여 PC시뮬레이터를 통해 어떤 결과물로 나올지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으로써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사이의 소통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면서도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사실 모의실험 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을 때 사측에서는 소극적인 반응이었습니다. 갑자기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에는 GE의 역사가 너무 오래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방식을 적용한 개발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매일 미국 본사의 직원들이 볼 수 있도록 업로드 했습니다. 결국 회사는 원래 속도보다 20배나 빠른 새로운 개발 방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이 방식을 적용하여 개발한 인터페이스 냉장고가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공로를 인정받아 <에디슨 파이어니어 어워드>를 수상하게 된 것 같습니다.

● ○ GE 에디슨 파이오니어 어워드 수상자는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자신이 선정한 기관이나 학교에 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홍익대학교는 미술과 엔지니어 분야의 강점으로 지금의 내가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준 곳이기에 망설임 없이 전액 기부했으며, 이 또한 나에게는 큰 행복이다.

상금을 학교에 기부한 이유는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홍익대학교에서의 경험이 자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홍익대학교는 융-복합적인 인간상을 배출하는 환경이 잘 구현되어 있는 배움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그러한 방향으로 더 발전해야 하는데 학교의 발전은 동문들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문들의 단합된 힘이 학교의 위상을 높이는데 아주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홍익인의 많은 동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열정적으로 살아가며 ‘홍익인’임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는 홍익대학교와 홍익 동문이 함께 성장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