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세상에 보이듯 그렇게 화려하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나운서가 되기까지도 그랬고 활동하면서 이들이 겪어야 했던 그 치열하고 외로운 길이야 오죽했으랴. 하지만 그만큼의 보람과 기쁨 또한 잘 알 수 없는 모습과 크기로 그들 곁에 머물러 있으리라. 우리는 아나운서를 꿈꾸는 홍익 재학생을 위해 홍대출신 네 명의 아나운서 동문을 만났다. 아나운서, 그 속살의 솔직한 모습이란 무엇인지,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힘겹게 가볼만한 곳인지, 이에 선배들이 답한다. 그렇다. 지금 나는 행복하다

●○ 언제 처음 아나운서 하고 싶으셨어요?

오영실 : 반갑습니다. 금속공예 83학번입니다. 졸업하자마자 KBS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했지만 지금도 마음은 발랄한 홍대생 그대로랍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참석해달라는 동문회의 전갈을 받고는 수업에 출석하듯 뛰어서 달려 왔답니다. 중학교 때인데요, 사촌언니가 고등학교 방송반에 있었더랬죠. 그런데 그 언니는 늘 말만 하면 ‘아나운서~’였어요. 그래서 저렇게 좋은 거면, 나도 저걸 해야겠다! 라고 생각했어요. (하하하) 그때 부터였어요. 그런데 미술대학에 입학해서도 제 꿈은 여전히 아나운서였죠. 제게 아나운서는 언젠가는 꼭 한 번 해야 할 숙명이라고 여겨졌던 것 같아요.

손범규: 안녕하세요. 불문과 87학년 손범규입니다. 불문학과 졸업하고 95년에 SBS 공채로 입사했는데 그 후에 다시 우리 홍대 국문과에서 대학원을 다녔습니다. 석사에다 박사까지 했으니 세 번 입학하고 세 번 졸업했지요. 이 정도면 참 홍익인이라고 할 만 하지요? 저는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아나운서를 꿈꾸었습니다. 사실 제가 아나운서를 꿈꾼 건 권투 잘 하는 홍수환 선수 때문입니다. 홍수환 선수가 여러 번을 쓰러졌다가도 끝내는 다시 일어나서 카라스키야를 쓰러뜨리던 날, 그 날의 중계를 기억하시나요?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 저는 말을 참 잘한다는 칭찬이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덕분에 고등학교 때도 방송반을 했고, 군대에서도 본부중대장으로 중대원들 정훈교육을 하며 준비된 아나운서로 살게 되었답니다.

최서영 : 선배님들하고는 세대가 다를 만큼 새까만 후배라 함께 앉아 있기가 송구스럽네요. 저는 04학번으로 법학과 졸업하고 2011년애서야 채널A 새내기 아나운서가 되었습니다. 저는 사실 활발한 성격이 아니라서 아나운서는 상상도 못했어요. 그저 문제점을 짚어내고 따지기 좋아하는 소녀였어요. 영화 <금발이 너무해> 보셨죠? 제겐 영화에서 그 여주인공이 조목조목 따지는 모습이 그럴듯해 보이더군요. 그래서 법대로 진학했고 기자를 꿈꾸었답니다. 그런데 기자인턴을 갔더니 거기 계시던 분들이 기자보다는 아나운서가 낫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들어보니 그도 그럴 듯해서 3학년 때부터 준비했어요.

김대호 : 저도 2011년 MBC에서 아나운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경영학과 04입니다. 사실 군 제대하고 나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새아각했는데 생긴 것으로나 목소리로 보나 아나운서가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선배님들에 비해 아나운서의 꿈을 꾼 것은 조금 늦은 편이었네요. 하지만 그날 당장 방송아카데미에 등록했지요. 물론 얼마 후에는 방송국에 가서 시험도 봤습니다만 첫해에는 낙방했지요. 한 번 더? 그래 하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그런데 그 때 마침 MBC에서 아나운서를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하더군요. 그래서 거기 나갔지요. 제가 거기서 최종 합격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아나운서가 되었습니다. 네, 흔치 않은 일이죠.

●○ 가끔씩은 홍대 생각 나시죠? 그런데 어떻게 준비하셨어요?

손범규 : 매 년 한 번씩은 꼭 갑니다. 불문과 진형준 선생님이 주선해 주셔서 학부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에 나가곤 합니다. 직업의 이해라는 수업이더군요. 후배들을 SBS로 초청해서 견학도 시켜주고 방송에 대한 이런저런 궁금증을 풀어주곤 합니다.

제가 아나운서를 준비할 때는 오직 제 스스로 직접 찾아보며 하나씩 준비해야만 했거든요. 전역도 하기 전에 군복을 입고 KBS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다녀야 했으니까요.

최서영 : 저는 요즘도 홍대 많이 놀러갑니다~. 특히 홍대앞 거리 중에 유독 한적한 곳이 더러 있는데 저한테는 거기가 잘 맞는 것 같아서요. 그러고 보니 학교가 아니라 학교 앞인 셈이네요.(웃음) 하긴 아웃사이더처럼 다닌 학교긴 하지만 몹시 그리울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졸업했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새삼 홍대를 생각해 보곤 합니다.(하하)

오영실 : 제 경우에는 정말 막막했어요. 조언을 줄 교수님이나 실질적인 팁을 전해줄 선배도 없었으니까요. 저는 제가 일일이 깨지면서 깨달았어요. 그 과정들이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서 후배가 아나운서 하겠다면 되도록 많은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오늘 이렇게 달려 온 이유도 마찬가지이구요. 도움 청할 사람이 없었던 그 심정, 그 느낌 누구보다 정말 잘 아니까요.

최서영 : 어머, 저는 그것도 모르고 준비 시절에 선배들께 연락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네요. 아나운서가 되려면 일단 학원이겠거니 했었지요. 하긴 지금 생각해 보면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선배 조언에 굶주렸던 기억이 있네요. 그 때는 좀 외로웠어요. 지금도 그 시절의 외로움이 다 지워진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 오니 한결 가벼워집니다. 이제는 저도 후배가 필요할 때 곁에서 조언해주고 싶습니다!(하하하)

김대호 : 제가 준비할 때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던 것 같아요. 방송관련 학과가 없으니 그럴 수 있겠죠. 하지만 교양과목으로라도 관련 과목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 어떤 모습의 아나운서로 서 있고 싶으세요?

최서영 : 저는 솔직히 아나운서라기보다 믿을 만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다방면의 경험을 쌓아서 ‘센스 최서영’이 되고 싶다는 게 지금이 제 꿈이라고도 하겠지요. ‘최서영이 추천하다면 믿고 봐도 좋다.’라는 그런 믿음의 생산자, 콘텐츠 소개자가 되보고 싶습니다.

오영실 :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정말 간절한 꿈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결국 누군가는 알아봐준다고 말이죠. 그리고 또 하나 내 자신만의 색깔을 지속적으로 찾아가는 사람이고 싶어요. 뒤 돌아보게 하는 매력, 사람을 끌어당기는 나 자신만의 매력을 항상 새롭게 찾아 나설 수 있는 용기를 지켜나가고 싶답니다.

김대호 : 세상을 늘 새롭게 다시 볼 의지를 지닌 그런 아나운서이고 싶습니다. 남들 다 볼 수 있는 것은 나도 보아야겟지만 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경우도 예측할 수 있는 사고와 능력이 제게 있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지금 새내기 아나운서 입장에서는 아나운서도 회사원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구성원들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에 집중하려 합니다. 화합에 보탬이 되는 전문적인 직업인으로의 나를 먼저 단단히 만들어 놓고 싶습니다. 가끔 박혜진 선배와 도경완 선배를 보면서 다짐을 합니다. 저 분들처럼 제 역할을 잘 하는 회사원이 되자고 말입니다.

손범규 : 저는 아나운서의 경험과, 10년 가까이 강의한 경험을 살려 우리 이웃들의 ‘말하기’능력 향상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 역할을 담당하는 포괄적인 아나운서이고자 합니다. 단지 방송인으로서만 아니라 말을 소중히 여기고 우리말에 대해 정확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모습을 완성시켜나가고자 합니다.

●○ 홍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후배들은요?

오영실 : 홍대요? 그야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친정집이죠. 그렇지만 저는 사실 후배들 앞에 나설 생각을 하면 조금은 두려워요. 요즘 학생들 앞에 나서려면 사실 좀 준비를 하고 나서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저 같은 아줌마들은 안 그렇거든요. 아주 편하게 살거든요. 요즘 학생들에게 섣불리 나서는게 겁나요. 그렇지만 허심탄회하게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자리라면 적극 나설 거에요.

최서영 : 우리 홍대만이라도 취업걱정 없는 대학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감히 말하자면 지원자의 눈이 아닌, 뽑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면 한결 도움이 될 거라는 팁을 말해 주고 싶어요. 그리고 대부분의 인사권자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사람을 선호한답니다. 홍대생들 특히 그런 것 잘 하잖아요?! ‘센스’있는 홍대 피플 말입니다. 홍대출신인 우리 모두에게 홍대는 혈액형과 같답니다. 홍대 피플 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 개성이 있지요.

손범규 : 홍대는 제게 늘 집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고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돌아갈 만한 고향이 아니라 내가 마침내 기여해야 할 터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사실 모교에서 박사학위까지 한 제가 아직은 모교에 특별한 기여를 한 일이 없네요. 지금은 불어불문과 후배들에게 강연을 하고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전체 후배들에게도 강의도 하고,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김대호 : 홍대라는 이미지 자체가 예술적이고, 개성 있고, 그런 굉장히 매력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분명한 강점이지요. 다만 그런 특성을 현장까지 끌어오기 위해서는 지금 학교도 뭔가 하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