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디자인은 사용자 중심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근 동문, 자동차 디자이너에서 교수, 지금은 서울디자인재단 대표가 되어 서울시민을 위한 디자인을 고심하는 이근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디자인은 학문적인 속성 상 실용학문이기 때문에 머리와 지식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행동에 의해 필요를 깨닫고 마음으로 느껴야 합니다. 아무리 멋진 디자인이라도 실제로 사용하는 사용자가가 그 수혜를 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면 그것은 좋은 디자인이 아니죠. 저에게 서울디자인재단의 대표라는 직책은 디자이너로써 항상 고민해오던 특정 대상이 아닌 모든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의 실현을 실제로 시도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지금 모든 시민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시민디자인’을 화두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 ● 서울디자인재단은…….

서울디자인재단은 서울시의 디자인 경쟁력을 국제적 수준으로 향상시키고 아울러 체감형 서비스디자인으로 시민의 삶의 질 개선과 디자인 문화 확산을 위하여 2008년 설립된 기관입니다. 중점 사업으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운영이 있습니다. 다양한 기획전과 대관사업 등으로 국내외 우수 콘텐츠를 서울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동대문 지역과의 조화 및 상생을 꾀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을 자체 브랜드화 하여 파리나 뉴욕과 같은 세계의 유명 국제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디자인콘텐츠 개발 및 유통, 시민서비스디자인 사업, 디자인산업생태계조성 등 다양한 디자인 산업 부흥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 외에도 시민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누리고 있는 지역경제, 교통, 복지, 주거안정, 문화 환경 등 디자인을 통해 시민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 서울의 랜드마크로 거듭나고 있는 DDP…….

DDP는 처음부터 많은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모든 것들이 그렇듯 새로운 것, 혁신적인 것들에는 논란이 있기 마련이죠, 프랑스를 상징하는 파리의 에펠탑도 만들어질 당시에는 흉물스러운 고철덩어리라는 악평을 받았던 것과 비슷한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현재 DDP도 장점을 발전시키고 단점을 승화시켜 절반의 성공을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이 DDP를 전시공간으로 지명했고, 이것은 DDP가 미래지향적이며 세계적 감각을 가진 곳이라고 평가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겠죠. 혹자는 외국 디자이너의 작품이기 때문에 서울의 것이 아니라고도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DDP는 서울의 손으로 새롭게 만들어 낸 것이며, 그러므로 서울의 문화가 될 것 이며, 앞으로 서울의 유산이 될 것입니다.

● ● DDP의 앞으로의 방향은…….

DDP에서는 전시회, 패션쇼,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를 보고 박물관이냐 미술관이냐, 컨벤션센터냐 등 ‘대체 무엇을 하는 곳이냐’라고 물으며 DDP를 규정하려 합니다. 그러나 DDP는 DDP입니다.

잠시 홍대를 떠올려 봅시다. 홍대는 고답적이거나 권위적이지 않고 실험정신이 살아 움직이며, 개성을 존중하고 재미를 즐기며 약간의 일탈이나 실수가 용납되는 그런 여유로움이 존재하잖아요. 다른 곳에서는 안되지만 홍대 앞 9번 출구에서는 가능한 것들이 있죠, 홍대에만 도착하면 누구나 아티스트가 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나는 지금 해방 구역에 들어왔다’는 하나의 표시죠. 그와 같은 문화 코딩을 DDP에게 입히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DDP가 무엇을 하는 공간인지 알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알면 알수록 새롭고 갈 때마다 놀라운 공간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알면 알수록 새롭고 갈 때마다 놀라운 공간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지금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들, 놓치면 아까워하고 아쉬워하는 것들을 DDP는 계속 담을 것입니다. DDP는 굉장히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자유로운 공간으로 끊임없이 실험정신을 발현하는 열린 공간이 될 것입니다.

● ● 세계적인 도시속의 서울의 모습은…….

맨해튼은 거대하고 아름답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위축감을 느낍니다. 골목만 잘못 들어가도 갑작스레 위험해져 안전한 특정 길만 다녀야 하잖아요. 그런데 서울은 그렇지 않죠. 구석구석 볼거리가 있고 아기자기함이 살아있습니다. 서울이 볼거리가 없다는 것은 우리의 관점이지 외국인들에게는 서울의 모습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입니다. 구획된 디자인, 세련된 것만 좋은 것이 아닙니다. 서울은 오백 년이 넘은 도시로 신구가 적절히 조화되어 있습니다. 동대문만 보더라도 500년이 된 성곽 안에 미래지향적인 DDP가 절묘하게 조화되어 있고, 여기에 또 청계천이 흐르고 근대화의 상징인 작은 집들이 붙어있지요. 이런 Landscape를 가진 나라는 별로 없습니다.

이것은 한국만의 역동성이고 한국만의 스토리라고 생각해요. 역사와 스토리가 없는 도시는 매력이 없죠. 오랫동안 다져져온 서울을 누군가가 구획하고 반듯하게 재정비한다는 것은 우리의 흔적을 지우고 덮어버리는 행위입니다. 근대화시절에는 그것이 마치 발전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달라져야죠. 지우면 지울수록 이야기를 잃고 촌스러워지는 것이니 우리 문화를 되살려 세련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서울이 세계 디자인도시 사이에 당당히 서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 앞으로의 임기 3년간 계획은…….

디자인은 이런거다라고 떠들고 자랑하는 과시형 디자인보다 소외계층이나 취약계층까지 모든 시민이 편안하게 느끼는 아름다운 서울을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전통과 현대를 담은 스토리를 간직하고 편리하고 세련된 서울을 만들어가는 일에 서울디자인재단이 앞장설 것입니다. 서울을 세련되게 만들어가는 아이디어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시민이 내는 것입니다. 앞에 서서 리딩하기 보다는 시민들의 소리를 듣고 시민의 생각을 뒤에서 지원하고 돕는 서울디자인재단이 될 것입니다. 사실, 3년이란 기간은 제대로 된 집 한 채를 짓기에도 부족한 짧은 시간입니다만. 서울시 디자인에 대한 개념을 바꾸고 하나씩 실천해간다면 국제도시로써 서울의 디자인은 그 하나로 세계적인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그 생각이 확대되고 전파되면 3년이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서울 디자인은 제 의도처럼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