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가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알리기 위해, 김빈 대표는 한지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무구한 역사와 함께한 ‘한지韓紙’가 그녀의 손길로 전통이 되고 있다. 한지 디자인을 통해 시간이 흐르는 감동까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김빈 대표의 작품 세계를 함께 만나 보기로 하자.

◇◆ 내 곁에 있어 더 좋은, 전통을 향유하는 즐거움

글쟁이는 재미있는 스토리가 나올 때 글쓰기가 더 재미있고, 디자이너는 상상하는 것이 손끝에서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볼 때 즐겁다. 창조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재미는 여기에 있다. 기획하면서 상상하는 일들, 재미있겠다 싶은 ‘꺼리’를 찾았을 때 행복을 느낀다. 빈컴퍼니 대표 김빈 동문은 전통에 푹 빠져 있다. 그녀를 지금 행복하게 만드는 꺼리를 ‘전통을 향유하는 즐거움’을 현실로 가져오는 일이다.

해외 작품 전시회를 통해 우리 전통을 널리 알리고 지키는 데 앞장서는 젊은 CEO. 빈컴퍼니의 김빈 대표는 한국의 얼을 세계에 전한다는 미명하에 전통을 소재로 한 브랜드 미츠를 만들어 한지와 단청을 알리고, 영국 런던 V&A 박물관에 볏짚으로 만든 의자와 고무신을 전시한다, 그녀가 전통을 디자인하는 이유는 ‘세계가 모르는 한국을, 한국도 몰라 주는 사실이 안타까워서’에서 시작되었다. 해외 전시회를 통해 한국의 전통을 이미 널리 알리고는 있지만, 꼭 해외에서 인정받길 원해서 시작한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먼저 우리의 것을 인정하길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크다. “어느 날 ‘한지는 왜 천 년을 가나?’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닥나무가 가진 성분에 뭔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닥나무의 항균 탈취, 음이온 발생, 미백과 아토피 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되었고요. 또 그래서 비누도 만들게 된 거고요. 샤넬 청바지도 한지사가 섞인 데님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 아세요?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이 없어요. 전주에는 한지사 손수건 등 관련 제품이 많은데.... 한지사의 기능이 담긴 스토리가 바로 알려져야 해요”

◇◆ 한지에 푹,

물과 닥나무로만 이루어진 한지 바스켓을 보고 있자니 어떻게 형태가 만들어졌을까 싶다. 젖은 종이를 굳히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진다. 구조물을 이용한 입체화 작업 과정을 거치지 않고 형태를 만들어야 하는 한지 바스켓은 다양한 한지 오브제를 선보이며 해외 유수의 산업 박람회에서 한국의 전통미를 알리고 있는 빈컴퍼니 김빈 대표의 작품이다. 빈컴퍼니의 브랜드 미츠는 ‘한국의 얼을 세계로 전하는 아름다운 저울’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한국의 전통과 감성을 담은 생활 용품 전반을 선보이고 있다. “한지 바스켓은 물과 종이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처음엔 실험에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했어요. 대학 시절 산업디자인 공부를 하면서 얻은 지식과 전문가의 자문을 총동원해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2010년 한지 상품 개발 토너먼트 참여 당시 우연히 알게 된 전주의 한지 전문가는 그녀가 한지 바스켓을 만드는 동안 자문에 응하며, 그 역시 처음 하는 작업이었기에 여러 시도를 함께했다. 그녀가 전주에서 한지를 접했던 일은 현재 작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전통 소재 중에서도 한지를 이용한 아이디어 상품이 많은 이유를 묻자, 13세기 즈음의 중국 문화에서 찾을 수 있는 고려지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종이를 수출하던 때의 이야기다. 한지에 푹 빠져 있는 그녀는 이미 한지 전문가였다.

◇◆  갖고 싶고 가질 수 있고 향유할 수 있는,

빈컴퍼니 설립 이전, LG전자에서 휴대폰 디자인을 하던 그녀가 전통을 디자인하고 있는 것도 의아하다. 현대와 어우러진 전통에 대해 김 대표는 "서양 옷과도 잘 어울릴 수 있는 한복“이라고 말한다. 한복 동정 선이나 저고리선의 아름다움이 배어나면서 현재 우리가 입고 살아가는 서양 옷과도 잘 어울린다면 전통이 현대 생활 속에 반영된 것이라는 거다. 혹은 건축물에 사용되던 단청문을 냄비 받침이나 꽃받침으로 활용하여 선보인 제품도 현대와 어우러진 전통이라 할 수 있다. 예부터 복을 가져다 준다고 여겨지던 단청문을 현대에 이르러서는 생활 용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늘 ‘갖고 싶고 가질 수 있고 향유할 수 있는’ 전통을 이야기한다. 향유에 대해 강조해 오던 그녀에게 전통을 향유하는 즐거움은 무엇인가 물었다. “연예인과 애인을 비교해 볼게요. 전지현은 향유할 수 없어요. 애인이 더 좋은 이유는 내 곁에 있기 때문이잖아요.”  나전칠기는 예쁘지만 가질 수 없다. 두고 보고 즐길 수 있고 사용하면서 감동할 수 있는 것이어야 내게 더 가치 있으며 감사함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엔 감사할 만한 전통 소재가 아직 많이 없다는 사실이 그녀는 안타깝다.

◇◆  ‘무봉림’일상에서 향유하는 전통을 꿈꾸며,

무엇보다 지금 그녀의 가장 큰 바람은 대중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지난 5월엔 삼청동 ‘무봉헌’에서 2주간 <무봉림> 전시를 열었다. 상업적인 접근보다 대중들이 궁금해하고 느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미츠로서는 이 같은 취지의 일반인 대상 국내 전시 자체가 처음이었다. 전시에서 미츠는 멋스러운 한옥인 무봉헌 내부를 또 하나의 자연으로 만들었다. 도시에서 만나기 힘든, 한국의 전통을 재해석한 미츠의 작품을 젊은 느낌으로 숲 속에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