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나 지하철 내 작은 TV속에서, 빨갛고 노란 애벌레 두 마리가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담은 애니메이션을 본 적 있는가. 1분 30초의 짧은 러닝 타임 동안 어떠한 대사도 없이 오로지 몸짓만으로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애니메이션 <라바>는 현재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대한민국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아시아 최대 TV 축제인 상하이 TV페스티벌에서 애니메이션 부문 최우수상, 2013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이는 매출 상승으로 이어져 올해 100억 원을 웃돌 실적을 바라보고 있다고. 이런 성공을 이뤄낸 배경에는 김광용 동문(광고디자인 43)의 발상의 전환을 통한 색다른 마케팅 전략이 있었다.

●● 역발상으로 시작한 G버스 마케팅

일반적으로 어떤 매체에 영상을 내보낸다고 하면 값을 지불받을 것이라 생각하죠. 하지만 오히려 저는 거꾸로 생각했습니다. 영상 자체를 하나의 홍보 수단으로 삼아 가급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요. 그래서 어떤 곳이든 막론하고 무상으로 영상을 제공했어요. 그래서 <라바>는 G버스(경기도 노선버스)와 지하철을 포함하여 엘리베이터 TV, 커피숍, 미용실 등 다양한 장소에서 상영되었고 그 결과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엔 이렇게 성공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애니메이션 사업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당시에 애니메이션으로 성공한 회사도 드물었고요. 게다가 저는 투바앤 설립 전에는 광고 분야에서 일한 터라 어떻게 애니메이션 사업을 이끌어야하는지 잘 몰랐었습니다. 그래도 처음에는 “좋은 콘텐츠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이 한가지만을 가지고 무조건 사람들이 재밌어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만 주력했어요.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대중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우리는 자투리 시간에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고 그것이 바로 <라바>입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레드와 옐로우 등 등장인물을 심플하게 구상했고 배경을 ‘뉴욕 하수구’ 로 한정했습니다. 그리고 비언어와 슬램스틱 코미디라는 요소를 집어넣어 전 세계 누구나 쉽게 웃을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낸 거죠.

●● 좋은 콘텐츠만이 승부수가 아니다.

물론 실패를 맛보기도 했습니다. <라바> 이전에 저희가 만들었던 <비키와 조니>(2008년), <오스카의 오아시스>(2011년)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투바앤의 자부심 있는 콘텐츠였습니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상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나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지 못해 참혹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초창기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된다” 는 안일한 생각이 산산조각 나던 순간이었죠.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좋은 콘텐츠를 알릴 좋은 ‘마케팅’ 이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회사 내 마케팅 부서를 신설하고 앞서 이야기했듯이 G버스 등과 제휴 마케팅도 시도했죠. 현재 투바앤에는 130여 명의 직원 중 제작 외 인원이 40여 명에 이릅니다. 애니메이션 기업치고 꽤 많은 인원이 제작 외 업무를 보고 있어요. 우리 같이 제작, 디자인 기획, 경영 지원, 마케팅 사업, 완구 사업, 5개의 본부로 체계화된 콘텐츠 업체는 아마 국내에는 없을 거예요.(웃음)

●● 투바앤의 힘은 열린 공간 그리고 끊임없는 시도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경계를 두는 것은 옳지 않아요. 이를 실천하기 위해 우리 회사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전 직원 시사회를 갖습니다. 소속된 팀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든지 의견을 개진하는 자리죠. 이를 반영해서 작품 하나를 완성합니다. 또한 투바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라바> 시즌2의 러닝 타임을 시즌1 때의 1분 30초에서 3분으로 2배 늘렸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3분짜리를 두 개로 합쳐보기도 했고요. 8월부터 방영될 <라바> 시즌3 ‘라바in뉴욕’ 은 런닝 타임을 다시 1분 30초로 조정하고 영상 퀄리티를 높이고 소재를 참신하고 다양하게 꾸몄습니다. 이런 다변화된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라바>가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전 세계의 가족들이 함께 웃기를 바라며

투바앤의 색깔은 분명합니다. 코믹하며 패밀리 타깃이라는 것이죠. 3대가 거실에 다함께 앉아서 개그콘서트를 보듯이 투바앤도 그런 콘텐츠를 만들고자 합니다. 현재는 라바극장판 외에도 차기 콘텐츠를 개발 중인데요. 하나는 남자아이를 위한 완구시장에 적용할 콘텐츠이고 다른 하나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입니다. 아! 19금은 아니고요.(웃음) 이렇게 해외에서는 OSMU(One Source Multi Use: 하나의 소재로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는 문화산업의 마케팅기법)가 굉장히 체계화되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를 실현하여 투바앤만의 콘텐츠를 세상에 선보이고 글로벌한 애니메이션 회사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것이 성공다면 20년 안에 ‘투바앤 테마파크’ 의 첫 삽을 뜨는 제 꿈도 실현되겠지요.

●● 꿈꾸는 젊은이들이 늘어나야한다.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애니메이션의 꿈을 꿔도 충분할 시기입니다. <라바>뿐 아니라 많은 국산 애니메이션들이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고 대한민국의 굳건한 산업 군으로 만들자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요. 또한 디자인 전공자만이 애니메이션의 꿈을 꿀 수 있는 시대도 아니에요. 하나의 콘텐츠를 가지고 다방면으로 산업화 시키는 뛰어난 능력자가 필요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애니메이션에 대한 꿈을 포기했던 젊은이들이 돌아와서 다시 꿈꾸기 시작해야 합니다. 이번 1월에 개최했던 ‘제2회 투바앤 애니메이션 공모전’ 이 그런 인재를 발굴하려는 일환이었어요. 이를 통해 많은 분들이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투바앤도 좋은 콘텐츠, 좋은 전략을 가진 소중한 인재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