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맥널티(주)의 대표이자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은정 동문. 여성 창업자가 거의 없었던 20년 전, 커피를 파는 작은 가게로 시작해 한국맥널티(주)의 CEO가 되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커피를 벤처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주변의 차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한국 원두 시장을 개척해 온 그녀는 한국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창조 경제의 해답으로 이미 개발된 기술들을 융합시켜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新)벤처 시대를 제시하고 있다.

●● 대한민국에서 원두커피를 가장 잘 만들려는 노력

맥널티는 국내 최초로 원두커피 생상(로스팅)을 시작한 기업이며, 현재는 국내 원두커피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맥널티는 국내 원두커피 산업의 선두 주자이자 역사라고 할 수 있죠. 올해로 커피사업을 시작한지 21년이 되었는데, 제가 스물아홉이 되던 해 시작했던 작은 커피 가게가 맥널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게를 딱 한 달 운영해보니 그 시작과 끝이 뻔하게 보였어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것만으로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신선한 커피를 판매하기 위한 빠른 유통과 이를 위한 직접 생산까지, 한국 시장에 신선한 커피를 공급하겠다는 제 의지 하나로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 당시 결혼 선물로 커피메이커가 큰 인기를 끌고 있었고, 저는 그 점에 착안하여 미국 기업인 맥널티 한국지사로 가정용 원두를 유통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우리도 수입만 할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직접 커피를 생산하자는 생각에 공장까지 차렸죠. 좋은 커피는 좋은 생두에서 비롯합니다. 이를 위해 콜롬비아커피생산자협회와 공동 연구개발 및 사업제휴를 체결해 생두를 공급 받았고, 몇 단계에 걸친 엄격한 품질테스트를 시행하여 생두의 품질을 유지했습니다. 다음으로 지난 20년간 지속된 연구개발로 한국인의 입맛에 최적화된 원두의 가공기술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오랫동안 향미가 유지되는 커피, 카페인이 없는 커피 등을 개발했어요. 현재까지 500가지 이상의 한 블렌딩 레시피를 개발하여 국내 커피산업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 늘 사람들의 곁을 지키는 오래 친구 같은 기업

이를 멈추지 않고 2006년부터 제약 사업에 뛰어들어 한국맥널티 제약 사업부를 출범했습니다. 커피와 제약 얼핏 보면 완전히 다른 사업 분야라서 왜 커피사업을 하다가 제약 사업까지 손을 뻗었는지 궁금하실거에요. 그런데 커피로 사람들의 감정과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의약품이 육체적 질병을 치료하는 이치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이제 막 시작한 기업이 사업의 범위를 점차 늘려 가는데 있어, 저처럼 본업과 맥을 달리하는, 아주 생소한 분야의 계열사를 만드는 사례는 극히 드물어요. 제약 사업을 시작하면서 초반에 R&D(Research and Development)하느라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만, 지금은 커피와 제약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자부합니다. IT나 패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속하게 변하지만, 커피는 오래도록 사람들이 가까이 할 것이고, 제약 또한 사람들이 질병과 싸워야 하는 이상 계속해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백년 이상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기업, 늘 사람들의 곁을 지키는 오랜 친구 같은 기업이 바로 맥널티의 꿈입니다.

●● 우리가 쉽게 잊고 지내는 것, ‘기본’

제 경영철학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떤 일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은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아주 복잡한 일이 생겼을 경우에 저는 ‘이 일을 왜 하고 있는가?’ 라는 기본적인 물음으로 돌아가 생각한 후, 답을 얻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세세한 손익까지 염두에 두고 따지면 언제까지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지요. 일이 복잡해질수록 과감하게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여기서 커피에 관한 ‘기본’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소비자들이 커피를 살 때, ‘누가 어디서 만들었는가?’ 하는 일명 브랜드가 중요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커피는 인간이 마시는 ‘식품’이기 때문입니다. 식품은 깨끗한 공정을 거쳐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요. 커피가 오염이 되는 가장 큰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사람의 손을 통한 오염과 원두가 공기와 만나 산패가 되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점에 관심을 가지고 커피를 가장 안전하고 깨끗하게 만드는 것에 주력하고 있어요. 물론 어떤 커피가 좋은 커피인가에 대해 명확하게 정해진 답은 없어요. 커피는 기호식품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블루마운틴이니, 루왁이니 하는 커피의 종류에 상관없이 좋은 커피라는 것은 자신의 취향에 맞으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공정을 거친 식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벤처는 창조경제의 핵심 원동력

창조 경제란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창조경제라고 생각합니다. ‘벤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제가 늘 하는 답이 있어요. 벤처는 바로 ‘어드벤처(adventure)', 모험입니다. 모험 없이 벤처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창업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하고 묻는 분들이 꽤 많은데, 저는 본인에게 필요한 것부터 시작하면 창업에 성공할 수 있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분이 아이 방에 공기청정기를 놓으려 했는데 모든 공기청정기가 너무 크고 비쌌다고 하더군요. ‘공기청정기는 왜 이렇게 다 크고 비싼가?’ 바로 이러한 실생활 속애 채워지지 않는 욕구야말로 창업의 출발인 것입니다. 제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여성벤쳐협회>는 1998년, 여성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여 국가경제발전에 이바지 할 것을 목적으로 출범한 단체입니다. 여성은 지적 능력과 판단력이 뛰어나지만 이런 능력이 앞서다보니 위험성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시도조차도 안 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요. 즉, 무모함이 없는 것이 여성들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그러나 여성들은 섬세하기 때문에 분명히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재미있는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성들이 꿈을 꾸고, 사회에서 그 꿈을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회장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임기동안 여러 여성CEO 기업들을 상장시킬 계획입니다. 내년 쯤, 그 계획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주식공개상장에서 여성CEO기업들이 하루 빨리 두각을 나타냈으면 하는 것이 저의 큰 바람입니다. 그것이 곧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던 가치를 창출 하는 것’, 다시 말해 창조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 새로운 것을 향한 쉬지 않는 도전

지금까지 제조와 연구에만 매진해 왔으나 근래 들어 문화와 서비스, 교육 분야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급격하게 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의 카페문화와 커피에 관심이 아주 많아요. 다시 새로운 카페 사업에 도전해 볼 생각에 마음이 굉장히 기쁩니다. 새로운 것에의 도전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니까요.

얼마 전, 총동문회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정말 오랜만에 모교를 방문하였습니다. 학교에 가보니 ‘아, 내가 다녔던 홍대가 이렇게 가까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문을 지나 언덕을 올라가면서 제 옆을 지나가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니, 학교 다닐 때 저의 모습이 생각나더군요. ‘그때가 참 좋은 시절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철없던 그 시절에는 ‘지금이 참 좋은 때’라는 생각을 하기가 어렵지요. 또한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오랫동안 해보니 모교는 단순히 내가 졸업한 학교, 그 이상이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보다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해주는 부모님과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

그때 저를 지나쳐갔던 그 후배들도 어릴 적 저처럼 아직은 모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겁니다. 후배들이 이러한 사실을 조금이라도 빨리 깨우칠 수 있도록 저부터 모교와 총동문회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홍익 동문으로서 자긍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계 각지에, 또 사회 각계각층에 계신 여러 동문님들도 모교와 동문들이 언제나 우리의 기억 속에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 주셨으면 하고, 우리 스스로가 모교를 찾는 것이야말로 나를 지키는 것이고 모교를 지키는 것임을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