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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동정] 바티칸에 김대건 신부 조각상…한진섭(조소75)

관리자 │ 202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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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상 제작 맡은 조각가 인터뷰
홍익대, 이탈리아 카라라서 수학
3m77cm 높이, 걸작들 사이에 설치




"제 인생에 기적이 일어났죠. 제가 조각을 전공하고, 이탈리아 카라라에서 10년을 공부하고, 45년 동안 여기까지 온 게 모두 이 일을 맡기 위한 준비였던 것 같습니다."

17일 만난 한진섭(66) 조각가는 인터뷰하는 두 시간 동안 '기적'이라는 말을 거듭했다. "성 베드로 성당에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 조각상이 설치되는 것은 한국 천주교에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말한 그는 "그 조각상을 제가 만든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지난 13일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 외부 벽감에 한국인 첫 가톨릭 사제인 성 김대건(1821∼1846) 안드레아 신부의 조각상이 설치된다"며 "제작은 한진섭 조각가가 맡는다"고 발표했다. 주교회의 설명에 따르면, 로마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성상 봉헌 의사를 밝혔으며, 교황이 이를 승인했다.

한 작가는 국내 대표적인 돌 조각가다. 홍익대 미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1981년부터 90년까지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미술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 경기 용인 삼성국제경영연구소의 조각상 ‘세계를 향하여’, 서울 크라운해태 본사의 ‘해태’ 상,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정의의 가족’상 등이 그의 작품이다. 강원도 대화성당부터 분당 성마태오 성당, 서울 논현2동 성당등 전국 곳곳의 성당에 그가 깎아 만든 제대와 독서대가 있다.

지난해 9월부턴 서울 강동허브천문공원에 그의 돌 조각품 25점이 설치돼 있다. 강동구 제안으로 그가 10년간 무상으로 대여해준 작품들이다. 산책 나가는 돼지 가족부터, 하늘을 나는 소녀, 송아지 모자 상이 푸른 자연 공간에 자연스럽게 펼쳐져 있다. 소박하고 단순한 형태, 부드럽고 온화한 곡면이 특징이다. 최태만 평론가(국민대 교수)는 한진섭을 “차가운 돌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 작가”로 요약한 바 있다. 그를 강동허브천문공원에서 만났다.

Q : 조각상 제작을 맡은 소감은.
A : "아직도 얼떨떨하다. 지난해 하반기 교황청에서 김대건 동상 모델을 보내라고 해서 55㎝ 높이의 각기 다른 4개의 동상을 만들어 보냈다. 하지만 이후로 1년 가까이 아무 얘기도 듣지 못했는데, 지난 7월 급히 로마로 들어오라고 하더라."

Q : 왜 부른 건가.
A : 유흥식 추기경, 바티칸 각각 건축· 미술 총책임자 등과 회의를 하자고 하더라. 동상이 설치될 공간(벽감)도 직접 보여주고, 제가 보낸 4개의 모델 중 최종안을 선정했다. 10일 뒤 2차 회의에선 작품 설치 전문가까지 동석해 기존 건물을 손상하지 않고 작품을 설치하는 방법까지 논의했다.
그의 바티칸 방문엔 함께 이탈리아에서 수학한 아내 고종희(60·피사대 미술사 박사)가 동행해 통역을 맡았다.

Q : 동상이 놓일 공간은.
A : 성베드로 대성당에 들어가 먼저 만나게 되는 피에타 동상 바로 뒷벽이다. 시스틴 성당의 천장화와 벽화를 보고 나와 만나게 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모든 관람객이 지나가는 길목이다. 그동안 이곳엔 수도회를세운 성인들의 조각상이 있는데, 여기에 김대건 신부 조각상이 들어가면 역사가 바뀌는 것이라고 들었다.
한 작가가 만들 성상은 김대건 신부가 한국의 전통적인 도포를 입은 모습으로,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모습이다. 카라라 대리석으로 만들어지며, 높이가 3m 77㎝에 달한다. 그는 "현재 이탈리아에서 작업할 돌을 구하고 있다"며 "제작은 이탈리아 카라라에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Q : 김대건 신부를 어떻게 표현할 계획인가.
A : 김대건 신부는 1821년에 태어나 46년에 순교했다. 25세의 나이였다. 젊고, 신앙심이 깊고, 담대한 모습으로 표현할 생각이다.
그는 "모델 중 좀 더 역동적인 형태도 있었다"며 "눈과 비에 의한 손상 가능성이 있어 최종 선정에서 제외됐다"고 덧붙였다.


Q : 둥글고 행복한 모습의 동물 조각을 많이 했다. 인물도 사실적인 표현과는 거리가 멀고.
A : "그렇다. 대부분 소박한 형태였다. 사람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의자처럼 앉아 대화하고, 어린이가 올라타고 놀기 좋은 작품이 많다. 그런데 사람 일이 신기하다. 이 일을 맡기 전에 2m 20㎝ 김대건 동상(대전교구청)도 만들고, 성 모자상도 만들고, 계속 이전과 다른 일을 주더라. 마치 누군가 내게 준비를 시킨 것 같다."

Q : 당신에게 조각이란.
A : 진짜 저는 조각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 이 길을 후회한 적이 없다. 조각 작업은 '중노동' 위에 있는 '상노동'이라고 말한다. 늘 심한 먼지를 뒤집어쓰고, 먼지 때문에 작업실은 냉난방할 수도 없다. 그래도 이 일이 좋았다.

Q : 한국 조각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A : 다들 회화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고 하지만, 조각의 가능성은 크다. 아직 사람들이 조각의 매력을 잘 모를 뿐이다. 국내외에서 작업 중인 훌륭한 작가도 많다. 세상에 정말 다양한 조각이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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